TIL #033
2019.12.15
오늘 한 일>
1.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공
나의 주전공은 지리학이다. 지리학은 지표면상 자원의 이동에 대한 학문으로, 인간의 거의 모든 활동을 커버할 수 있다.(그래서 4년동안 정말 다양한 학문을 배운다. 기상학에서 문화, 도시, 땅속까지ㅎㅎ) 따라서 넷플릭스처럼 엄청난 양의 영상 데이터가 이동하면서 발생하는 변화는 정말 흥미로운 주제이다. 넷플릭스가 쏘아올린 공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으며, 앞으로는 어떤 변화를 불러 일으킬까?
- 2016년 한국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는 가입자수 200만명, 월 결제액 260억원으로(2019년 10월 기준, 출처 와이즈앱)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는 영화관보다 집에서 홈영을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10-30대의 일상을 바꿔놓고 있다.
- 넷플릭스의 매력은 다양한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점. 스튜디오 드래곤 등과 협약을 통해 오리지날 콘텐츠 제작에 힘쓰고 있다. 이러한 넷플릭스의 폭발적 성장에 따라 국내 iptv 들도 합종연횡을 맺거나 아이돌 콘텐츠, 오리지날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이고자 노력중.
- 구독모델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이후로 정기구독료를 받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비즈니스들이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밀리의 서재, 리디셀렉트와 같은 출판 콘텐츠 산업이 빠르게 받아들였고, 맥주를 정기구독하는 스타트업도 생겼다.
이처럼 집에서 보는 영화, 다양한 콘텐츠, 구독모델의 유행이 서비스단에서 보이는 변화라면
넷플릭스의 영상 데이터가 타고 오는 네트워크 단에서의 변화는 무엇일까?
- 우선 미국에서는 넷플릭스가 인터넷 트래픽의 35.1%로 1/3가량을 차지한다(Sandvine, 2016). 유튜브와 합치면 50% 가량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모두가 쓸 수 있는 고속 인터넷망은 유한하고, 통신망의 경우 통신사가 깔아놓은 공적 성격을 가지는 인프라에 해당한다. 따라서 급증하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인해 인터넷에 과부하가 발생한다면, 그 비용 부담의 주체는 누가 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발생한다.
-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기업은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만 넷플릭스는 국내의 사용자가 해외의 넷플릭스 서버에 접속하는 행위이므로 넷플릭스가 직접 망 사용료를 지불하진 않는다. 쉽게 말하면 통신사 입장에서 봤을 때, 교통정체의 원인을 제공하지만 돈은 한푼도 내지 않는 그런 거랄까. 심지어 콘텐츠로 먹고 사는 iptv가 봤을 땐 손님 다 뺏어가는 경쟁사이기도 하다.
- 결국 통신사 입장에서는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사업자(Content Provider)가 망 사용료를 지불하길 바라고, 그에 따라 국내 통신사는 최근 제로레이팅(zero-rating: 통신사가 특정 서비스에게 데이터 요금을 면제나 인하해주는 것-skt가 11번가 데이터 무료로 해주고, 포켓몬고와 제휴를 맺은 사례. 특정 서비스로의 독과점을 유도할 수 있다)을 시도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트럼프가 망 중립성 원칙 폐지(인터넷은 공적 성격을 가지고 누구에게나 차별하지 않는 속도를 제공하기 위해, 통신사가 특정 서비스의 속도를 제한할 수 없다는 원칙)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더해 앞으로 5G 상용화나 자율주행 산업의 성장과 함께 트래픽양이 더욱 급증한다면 초고속 hd video streaming service 에 대한 비용을 누가 감당하게 될까.
- 요약하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저렴한 비용으로 즐기고 있는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더 많은 비용을 야기하며 서비스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발생하며 축적되어온 주인없는 비용은 앞으로는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가 타고 갈 수 있는 네트워크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더 빠른 속도, 더 좋은 화질을 원하는 사람이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 콘텐츠 산업은 결국 시간을 판다. 광고를 통해서는 광고를 보는 사람의 시간을 물건을 팔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팔고. 광고로 인해 끊기거나 무료공개될 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시간을 절약해주는 대신 돈을 받는다. 네트워크 단에서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는 차별받지 않고 제공되었던 데이터의 이동이 비용을 지불한 사람의 데이터를 더 빨리 보내주는, 시간에 대한 우선권을 주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 빠르다는 것은 누군가의 시간을 희생하며 오나보다.
이상으로 졸업논문을 쓰며, 초창기 우리 사업의 메인 타겟이었던 넷플릭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봤다. 좀 더 정리해서 쓰고 싶지만..나중에 한 번 더 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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